새우깡과 ‘깡게’
새우깡 때문에 말이 많다.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나왔다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을 다른 분들이 다 했으니 나는 조용히 옛 추억이나 좀 떠올려볼까 한다.
‘새우깡’의 단어 구성은 새우+깡이다. 그런데 여기서 ‘깡’이 무얼까? 옛 기억을 떠올려 연상해보니 ‘깡게’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누룽지를 숟가락으로 득득 긁어 손으로 꾹꾹 뭉쳐주시며,
“아나, 깡게 가지고 가거라. 학교 갔다 오다가 묵어.”
하시던 그 ‘깡게’다. 그 ‘엄마 표’ 깡게는 점심의 대용일 뿐 아니라 과자의 대용이 되기도 했다. 누룽지에 밥알이 많이 붙어 있는 경우는 점심밥을 먹는 기분이었고, 바삭바삭한 누룽지만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에는 고소한 과자가 되었다. 깡게의 규모가 크면 친구와 나누어 먹기도 했다.
“야, 수영아, 깡게 줄까?”
“응.”
“자, 먹어.”
나는 고사리 손으로 친구와 함께 ‘깡게’를 나눠먹으며 힘든 산등을 절로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귓뒤가 새까맣던 개구쟁이 친구. 그 친구는 고양이 세수를 했는지, ‘옥체’ 군데군데 때가 까맣게 끼어 있었다. 박박 머리인데도 얼룩얼룩 ‘때 머리’, 옷소매는 반들반들 까만 구두처럼 빛났다. 나도 시골아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머니께서 옷을 항상 깨끗하게 갈아 입혀주시고, 자발적으로 세수도 잘했는데 그 친구는 사정이 그렇지 못했나보다.
나는 늙어가지만 지금도 과자를 잘 먹는 편이다. 새우깡도 더러 먹는다. 아이들이 사서 먹는 걸 보면 나도 같이 와삭와삭 소리를 내며 경쟁적으로 먹어댄다. 그런데 웬 생쥐머리? 생쥐머리가 ‘깡’이 된 것인가? 위생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생쥐도 일종의 고기라고 할 수 있으니 ‘생쥐 깡’이 된 것인가? 그러나 상상만 해도 역겹다.
“웩 ! ? !”
역겨움을 진정하고 다시 엄마표 ‘깡게’를 생각한다. 구수한 ‘깡게’, 어머니의 마음과 누룽지가 함께 조합된 바삭바삭한 쌀 과자.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엄마 표 ‘깡게’를 만들어 공장과자 대신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옛 친구가 그립다. 나이가 나보다 두 살 적었으니 50이 훨씬 넘은 중늙은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만나면 야, 너, 나, 하고 부둥켜안을 것 같다.
“야! 수영아 깡게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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