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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개강의 변(말씀)

 내일 개강이다. 초중고는 '개학'이라 하는데 대학은 '개강'이라 한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 아마 초중고와 대학을 구분 짓는 일종의 ‘관습’인지 모르겠다. 방학은 똑 같이 방학이라 하면서. 개학과 개강으로 구분한다면 대학은 방학이라 하지 말고 ‘방강’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장난 하지 마시라고? 말장난도 재미가 있을 때가 많다. 개그맨들은 말장난의 도사들 아닌가? 어쨌든 일관성이 없어서 문제를 제기해 보았다. ‘방강’대신에 ‘종강’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그건 그렇군요.

방학 두 달 동안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 도서관 저 도서관, 이 세미나, 저 세미나, 이 강좌, 저 강좌, 여러 서점, 초등학교, 사찰과 한강변에 이르기 까지 바쁘게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글도 썼다. 우연한 기회에 제자들도 만났다. 그들과 같이 강의를 듣고, 밥도 먹고 희망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면서 잠도 실컷 잤다. 방학은 자유의지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러나 개학이 코앞에 오니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개강을 위한 에너지 충전이 덜 된 탓일까? 나름대로는 한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항상 허전하다. 그래서 허전함을 달래려고 방학 중에 한 일들을 정리해 본다.

우선은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무편람 작성 작업 중 맡은 부분의 원고를 썼다. 자료의 보존, 갱신, 폐기에 관한 도서관 현장의 실무가이드라인이다. 그 다음으로는 영문으로 된 IFLA/UNESCO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을 번역했다. 대학원 학생들이 초벌 번역을 했지만 문장이 어색하여 전면적으로 다시 번역작업을 했다. 아직 출판 여부는 미지수이다. 또 그 다음엔 기존의 저서인 <문헌정보학이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을 냈다. 그리고 에세이집을 하나 준비했다. 학기 중 또는 방학 중 쓴 글들을 모아서 277쪽의 작은 책을 만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논문도 한편 쓰고 교과서도 한권 집필하려고 했는데. 두 달간의 방학으로는 모자랐다. 학기 중에 계속 시도해 볼 생각이다. 수업은 많지만, 경험에 의하면 무슨 일이든 바쁠 때가 더 잘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서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방학 중에 체험하고 충전해 가지고 온 생생한 경험과 아이디어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새 학기에는 좀 더 학생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내일을 기다린다. 학생들, 내일 봐 ! ? (20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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