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션
요즘 도서관에도 북큐레이션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찾아보니 북큐레이션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큐레이션만 나오는데요, “큐레이션은 미술관 박물관 등에 전시되는 작품을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큐레이터에서 파생된 신조어”라고 합니다. 이로 미루어볼 때 북큐레이션이란 “도서관, 서점 등에 소장 진열되는 책을 기획하고 설명해주는 북큐레이터에서 파생된 신조어”라고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박물관에는 오래전부터 큐레이터가 있었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큐레이터 대신 사서나 점원이 있었지요. 그런데 사서나 점원은 박물관의 큐레이터 만큼 소장자료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덜 구비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에 대해 문의하면 책의 위치 정도를 알려주는 선에서 서비스를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고객들은 사서들에게 어떤 분야의 책, 또는 어떤 책의 위치 등은 물어보지만 책의 내용이나 학문의 갈래 등에 대해서는 잘 물어보지 않게 되었지요. 또 물어봐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면도 있었고요.
그런데 요즘 유행하고 있는 북큐레이션은 사서의 전문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서가 학문의 전체적인 갈래를 소상히 파악하고 그 밑그림을 바탕으로 구간이건 신간이건 어떤 책의 내용까지도 대강을 설명할 수 있다면 이용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사서들이 고전이나 신간에 대한 북토깅, 스토리텔링 등을 도서관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활발하게 실행한다면 사서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도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사서들이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러한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전 고객을 대상으로 북큐레이션을 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이제 프로그램이 대세인데 프로그램마다 사서가 직접 진행하지 못하고 외부강사롤 초빙해야 하니 사서들은 프로그램 관리 행정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한 사람의 사서가 모든 주제를 통섭하는 능력을 갖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문, 사회, 과학, 예체능 등 분야별로 나누어 전문성을 갖춘다면 사서의 북큐레이터화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서들을 북큐레이터로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주제전문 교육훈련과 도서관 현장에서의 북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참여자들에게 책을 해제하는 과제를 내고 발표까지 진행합니다. 고전 수업을 할 경우에는 고전 중에서, 인문, 사회과학 정보원 수업의 경우에는 각기 그 주제에 해당하는 책을 선정하여 한 두 페이지로 해제를 만들어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해 보는 것이지요. 이 방법은 북큐레이터 양성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하여 사서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북큐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서요. 요즘 컴퓨터를 이용한 북트레일러도 자료 해제를 바탕으로 독자의 눈높이에 따라 화면을 재미 있게 구성하여 북토킹이나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에 활용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2018.12.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