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금요신화

금요신화(金曜新話)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패러디한 제목 같지만 그 뜻은 완전 다릅니다. 금요일에 새로 쓰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몇 년 전부터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관악구청과 협력하여 시행하는 금요시민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시민강좌지만 결코 그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습니다. 모든 강의가 다 재미있고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무언가 건지는 건 있습니다. 정면교사와 반면교사가 공존하기 때문이지요. 이 금요강좌는 20193월에 또 이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는 방학 중에라도 금요신화의 맥을 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입니다. 새 이야기가 없는 날도 있기는 하지만 가급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더합니다. 신화, 즉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 그것은 곧 새 역사를 쓰는 것입니다. 역사라 해서 과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순간들도 역사이며 미래의 순간들도 역사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우리에겐 현재와 미래의 삶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새로운 삶을 살아 그 이야기로 신화를 쓰고, 내일 신화를 쓸 소재를 준비하는 것, 이것이 이시대 참살이의 신화론(新話論) 아닐까 싶습니다. 매우 추상적이라고요?

 

. 그럼 구체적으로 오늘의 너의 신화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너는 오늘 대전 동구 정다운 어르신 복지관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곧 시내 피부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한 달 전부터 가려움증이 이리저리 온몸으로 옮겨다니는 걸 잡기 위해서요. 그런데 피부과 점심시간이 끝나는 2시까지는 20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병원 입구에 크리스마스 소원지 트리가 너무 멋져보였습니다. , 여긴 크리스마스피부과로 임시 이름 붙이자, 생각하고 진료를 기다리니 젊고 뚱뚱한 의사가 대수롭지 않은 듯 처방을 해 줍니다. 의약용 로숀과 먹는 약 일주일분을 주겠다며 평상시 보습제를 사용하면 좋다고 하네요. 곧 이어 네가 중학교 다닐 때도 존재했던 대전에서 아마도 가장 오래된 대우당약국에 가서 약을 받습니다. 그 말을 했더니 약사가 웃네요. 하하. 서울 피부과 처방보다 약이 많네요. 사실 서울 가락동 피부과의 약은 별 효과가 없어 어젯밤에도 무척 긁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대전 중앙로 씨앤유 피부과에 또 간 것입니다. 하하.

 

약을 싸들고 그냥 오기 아쉬워 역사자료가 많은 인근 단골 북카페에 들렀습니다. 반구대암각화 도록, 보존경제학, 이코모스 선언문 모음, 중국 고대유적지 도록 등 역사자료를 살펴봅니다. 전엔 보지 못한 새로운 사진이 많네요.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소일하고 있는데 서대전 친구가 달력을 준다고 전화가 오네요. 즈그 사무실로 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하철에 합법적으로 무임승차하여 그곳으로 가니 문화재청에서 나온 펜화로 보는 한국의 누각과 정자라는 달력을 주네요. 그리고 저녁까지 사줘서 얻어먹었습니다. 하하. 오늘 그래도 운수좋은 날이지요. 집에 와서 약을 먹고, 바르고, 하하. 이제 오늘 밤엔 약효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엔 또 새로운 일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하하. 2018.12.17.().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요학파  (0) 2018.12.21
북큐레이션  (0) 2018.12.18
졸업은 새로운 시작  (0) 2018.12.16
고려 특별전  (0) 2018.12.12
하회마을과 화해마을  (0)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