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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내 마음의 아카데미

아카데미. 언제 들어보아도 언제 읊어 보아도 고상하고 아름답다. 외래어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우리말 번역의 ‘학원’보다 좀 색다른 감칠맛을 낸다. 왜 그럴까? 아마도 플라톤 때문인 것 같다. 플라톤이 세계 최초로 대학을 세우고 붙인 이름이 아카데미였기에 그 창조적 의미가 풍기는 멋과 맛은 다른 어떤 대체어로도 필적하기 어려운가 보다.

필자는 중학생 때부터 대학을 동경해 왔다. 가정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3개월 다니다 말았기 때문에 학문에 대한 동경과 스승에 대한 목마름이 청년시절을 지배했다. 그래서 독학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또 독학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서야 교수님들을 가까이 모시고  ‘학문다운 학문’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늘 대학과 학문에 대한 갈구가 남아 있으며, 내 마음의 중심에 ‘아카데미’가 상징처럼 들어와 있다.

필자는 문헌정보학자이다. 다시 말해 도서관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필자는 도서관을 공부하는 가운데 도서관 역시 아카데미라는 것을 발견하고 ‘구세주를 영접한’ 기쁨을 맛본 적이 있다. 책과 대화하고 스승과 대화하는 ‘풍부한 대화’가 있는 ‘아카데미도서관’.

플라톤은 ‘대화‘라는 책을 남겼을 뿐 아니라 본인의 아카데미에서 대화의 방법으로 교육을 실천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오늘날에도 플라톤의 ‘대화’를 벤치마킹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도정일, 최재천 교수의 ‘대담’(2005)도 그 중 하나이다. 필자는 이미 그 책을 나오자마자 구입하여 가지고 있었지만 무자년 정월에 도정일 교수님으로부터 또 한권을 선물 받았으니 더욱 반갑고 새로운 맛이 났다.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읽을 작정이다.      

‘플라톤아카데미’에서의 대화, ‘도서관아카데미’에서의 대담. 정말 멋있는 역사의 ‘계승’이 아닌가. 필자가 플라톤의 학문을 따라갈 실력은 못되지만, 그 정신만큼은 꼭 계승하고 싶은 욕심으로 날마다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플라톤의 아카데미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를 마음속의 숙제로 삼고 어디를 가든, “여기도 도서관을 만들면 좋겠는데, 저기도 도서관을” 하면서 기웃거린다. 학교의 기숙사에도, 사찰에도, 교회에도, 동네공원에도, 건물이 없는 곳엔 ‘소요학파’적 방법을 보완하여 학자와 학생과 시민과의 대화를 풍요롭게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대사회는 ‘물신주의’가 지배하여 이러한 경제성 안 보이는 사업에는 관심들이 없다. 정부도, 개인도, 학부모도, 학생도, 선생도 다 마찬가지다. 나의 염원은 아직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나는 우선 내 마음에 아카데미를 충실히 가꾸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아카데미를 가꾸다 보면 ‘도서관아카데미’라는 나의 이상도 실현할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며, 오늘도 ‘내 마음 아카데미’의 문을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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