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자년(戊子年) 쥐띠해이다. 띠가 무엇인지 옛날 어른들은 참 재미있게도 해미다 동물 하나씩을 갖다 붙여 태어나는 모든 사람에게 ‘허리띠’하나씩을 채워주었다.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12마리 동물이 저마다의 마음에 들어와 있다. 그중에 쥐가 제일 처음 나온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아들 자(子)자를 써 놓고 쥐라고 하니 아니 아들이 ‘쥐’란 말인가? 자전에는 자(子)자에 쥐라는 해석이 안 나온다. 그냥 “아들, 맏아들, 자식, 어조사”로만 나온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하고, 찾아보니 12간지(干支)의 가장 처음에 자(子)가 나오고, ‘자’란 ‘맏아들’이란 뜻이 있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래도 ‘쥐’라는 의미는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논어>를 비롯한 한문고서에는 자(子)라는 글자가 ‘당신’의 뜻으로도 쓰였다. ‘나’가 아닌 ‘당신’이다. 그럼 아들도 ‘나’가 아닌 ‘당신’인가? 그렇다. 아들은 내가 아닌 분명 ‘당신’이다. 그런데 ‘당신’하고 ‘쥐’하고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장 첫째’라는 것, ‘맏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당신’이라는 것 이외에 ‘자(子)’에 ‘쥐’란 뜻은 없다. 그렇다면 왜 ‘자(子)’라고 쓰고 쥐띠해라 할까? 애칭일까, 상징일까? 쥐란 의미의 한자는 서(鼠))라는 글자가 따로 있다. 서는 그야 말로 진짜 쥐, 해로운 쥐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자(子)는 애칭이거나 상징 둘 중 하나로서 해를 끼치지 않고 유익을 주는 ‘맏이’의 의미로 쓴 것 같다. 해로움을 주는 쥐가 아니라 복을 불러들이는 ‘쥐’, ‘마우스’인 것이다.
그래도 의문이 다 가시지 않아 다른 띠의 글자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 말고는 해당 동물의 뜻이 안 나온다. 그리고 각각 그 12개 글자가 본래 동물을 나타내는 확실한 글자가 또 있음을 알았다.
쥐는 서(鼠), 소는 우(牛), 호랑이는 호(虎), 토기는 토(兎), 용은 용(龍), 뱀은 사(蛇), 말은 마(馬), 양은 양(羊), 원숭이는 원(猿), 닭은 계(鷄), 개는 견(犬), 돼지는 돈(豚). 그래서 이를 대입하여 12간지(干支)를 바꾸어보면 서(鼠), 우(牛), 호(虎), 토(兎), 용(龍), 사(蛇), 마(馬), 양(羊), 원(猿), 계(鷄), 견(犬), 돈(豚)으로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정말 돌아다니는 동물 그 실체를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글자들을 띠로 사용하면, “어이, 말, 어이 소, 어이 염소, 어이 장 닭” 등으로 놀려도 할 말이 없어진다.
이제야 의문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선인들은 띠를 정할 때 사람에 붙이는 것이므로 각 동물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 상서로운 점을 취하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동물에 사용하는 글자를 피하고 다른 글자로 대신해 쓴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일종의 ‘피휘대자(避諱代字)’라 할까?
참으로 재미있고도 현명한 발상이다. 그런데 혹시 이거 나만 몰랐나? 이제야 사전을 좀 찾아보고 뒷북치는 건 아닌가? 그러나 이런 것은 선생님들, 교수님들이 잘 일러주시지 않으셨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 특히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오늘 우리들은 조상들이 만들어준 12간지는 몰라도 날마다 ‘쥐’를 만지며 산다. 컴퓨터에 필수도구인 ‘마우스’는 매일 우리 손안에 있다. 마우스를 잡고 클릭, 클릭, 하면 온갖 정보를 읽고 입력 저장할 수 있다. 정보문명의 귀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마우스는 조상들이 부여한 ‘쥐띠’에서의 ‘쥐’만큼 ‘복 쥐’의 상장성은 없다. 하나의 편리한 디지털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기슬이 좀 더 발전되면 이 마우스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동양의 조상들이 만든 ‘복 쥐’의 쥐띠만큼은 동양사에 있어서 ‘미래세 다하도록’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200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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