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어디선가 본 수필제목이다. 아마 법정스님의 글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모처럼(1월 18일 금요일) 학교에 가보니 텅 빈 캠퍼스가 정말 쓸쓸하게 느껴졌다. 새들이 떠난 숲만 적막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떠난 캠퍼스도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보니 학생들만 떠난 게 아니라 교수님들도 모두 떠난 것이었다. 그래서 “교수님들과 학생님들이 떠난 캠퍼스는 적막하다.”로 바꾸어 정리해 본다.
대학의 학사일정에는 1년에 2번 긴 방학기간이 배정되어 있다. 그런데 방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학사일정에서 방학기간을 배정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학. 필자는 방학의 의미와 방학의 이유를 구명(究明)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그리고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해석해 보았다. “방학(放學)이라는 글자는 ‘놓을 방(放)’과 ‘배울 학(學)’이니 배움을 놓는다. 배움을 쉰다.”라는 뜻이 나왔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방학’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 것 같았다.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두 달 동안 배움을 놓아버리는 것은 방학(放學)의 의미상으로나 제도의 취지상으로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놓을 방(放)자의 사용례를 더 생각해보니 ‘해방(解放)’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해방의 방도 역시 ‘놓을 방’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해방은 ‘자유(自由)’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36년간의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것은 우리에게 ‘자유’와 ‘자율’이 회복된 것이다. 따라서 놓을 방(放)자는 ‘자유’와 ‘자율’을 의미하는 글자이며 그렇다면 방학(放學)이란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배우는 것’, ‘자율적으로 배우는 기간’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자유와 자율. “학문을 자유롭게, 학문을 자율적으로” 그것이 바로 방학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학생들은 방학동안 ‘학(學)’을 찾아 자유롭게 떠난다. 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하며, 탐구하고, 자유를 만끽하다가 때가 되면 학교로 돌아올 것이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교수들도 뭐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방학동안 자유롭게 여기저기 활보하다다가 운 좋으면 다른 나라도 가보고, 아니면 조용히 ‘우리 집’을 지키며 스스로 반성의 ‘학(學)’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방학은 매우 인간적(人間的)이다. 학생들에게 활력을 제공하고, 교수들에게도 또 다른 생명력과 자유를 준다. 중국을 가고, 미국을 가고, 일본을 가고, 새로운 학문적 체험을 하게 한다. 외국에 가지 않는다 해도 국내 여러 세미나를 가고 글도 쓰면서 자유와 자율을 구가한다.
이렇게 교수나 학생이나 자유롭게 방학을 ‘소일’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가지고 온 새로운 ‘활력’과 교수들이 가지고 온 새로운 '활력'으로 강의실은 학문의 열기가 ‘활활’ 타오른다.
방학은 자유롭다. 방학은 학문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문을 위한 ‘충전’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방학이 있기에 학기마다 항상 새롭게 변신한다. 해마다 일취월장한다. 우리 인간은 항상 새로움을 담을 때 새로워진다. 늙어도 늙지 않고, 죽어도 죽지 않는 새로움의 가치, 비록 육신은 늙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해도, 해마다 새롭게 변신한 우리의 영혼은 영원하리라.(2009. 1. 20 대광고등학교 나들목 도서관 문화학교 강좌를 기다리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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