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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가면 온다오

가면 온다오.

오면 가고, 가면 오고, 이것이 오고 가는 인간의 행태지요. 출근하면 퇴근하고, 퇴근하면 출근하고, 안 그런가요? 외출하면 집에 오고, 집에 오면 또 외출하고, 안 그런가요? 이건 삶의 철칙이지요. 자네 또 뭔 소리 하려고 이런 화두를 꺼내는가요? 아, 네, 진정한 삶을 생각해보려는 거죠. 삶은 오고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하, 아니죠, 식물은 오고가지 않아도 잘 살고 있잖아요? 한 자리에 몇 백 년을 뿌리박고 사는 식물도 있어요. 오고 가는 건 동물에나 해당하는 거지요. 아, 네, 그렇죠. 그런데 길게 한번 봐 보세요, 식물도 길게 보면 오고, 가고, 또 옵니다. 그런데 다시 올 땐 항상 새싹으로 오지요. 아, 그건 그렇군요. 그래서 모든 생명은 오고 가고 또 가고 온다고 말할 수 있지요. 아, 네, 정말 부처님 말씀이군요. 아니 뭐 부처님이 틀린 말 했나요? 제가 부처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요, 전해오는 말로는 부처님은 정말 다 옳은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부처님 역시 그 때 가셨지만 지금도 또 다른 부처님이 오고 있거든요. 하하. 이런 걸 보면 우리도 늙으면 가겠지만 또 새 싹으로 올 수 있어요, 하하. 걱정할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같아요, 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네요. 그건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잖아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이런 게 다 분명하지 않다는 말이잖아요. 그러게 말을 정확하게 해야지요. 재미있으면 재미있어요, 좋으면 좋아요, 라고 정확하게 말해야지요. 미지근하게 말하는 건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지요. 단정할 수 없을 경우는 몰라도 과학은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잖아요. 그래서 수학, 화학, 물리에 공식도 있는 거고. 인문학도 그래요. 정확하게 말해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은 학문이 아닌 거죠. 융통성은 또 다른 문제지요. 아, 네, 그렇군요.

지금 텔레비전에서 나이 든 남녀의 어려움에 대해 토크쇼가 나오네요. 무슨 황금알이라나. 그 프로그램 왈 50대, 60대에서 어려운 일, 셋째는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두 번째는 대학생 아들이 제대로 진로를 못 잡아 힘이 든다. 첫째는 외롭다, 는 것이라네요. 여기서 외로운 것이 첫째라네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건 너로서는 다 겪은 거지요. 이제 이 모든 것을 넘어섰으니 오히려 편하고 자유롭네요. 그래서 날마다 나가고, 날마다 들어오지요. 이렇게 오고 가면 고민이 없지요. 그래서 인생은 가면 온다오. 2016. 9. 2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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