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8(토) 맑음
너는 오늘 지난 4월 26일에 홀연히 떠난 누이의 단편소설을 교정하다가 또 울면서 밖으로 나갔지. 이번엔 서울 숲. 서울 숲은 숲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미안했지. 땡 볕을 막아주는 삼림욕 할 수 있는 그늘도 별로 없었어.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꽃밭, 인공부화 나비들, 그리고 그리 크지 않은 식물원이 있었어. 너는 나비생명의 나풀거림에 위안을 받으며 다리가 아프도록 돌아다녔지. 그러다 누이가 농사지은 강황이나 차로 달여 먹을까 생각하고 감초를 구하러 경동시장에 갔지. 서울에서는 큰 전통시장이면서 약령시장.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지. 작은 사람, 큰 사람, 젊은이, 늙은이, 남자, 여자, 쩔룩발이, 꼽추, 뚱뚱이, 홀쭉이, 꺽다리, 똥자루, 난장이, 노숙자들이 한데 엉켜 돌아가는 시장, 거기에 너도 한몫 끼여 돌아다녔지. 감초를 사고, 갈근을 사고, 그런데 보아하니 이게 다 한자말이네. 한글 전용한다면서 어휘는 거의 다 한자. 어린이들이 잘 걸리는 수족구병은 또 뭔가? ‘손발입전염병’이라고 하면 더 쉬울 것을. 언어학자 인척, 국어학자 인척, 제멋에 겨워 돌아다니다가, 지하철에서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좀 읽었지. ‘너’라는 기법도 거기서 따왔지. 늙고 할 일 없으면 소설을 쓰는 게 제격일 듯. 정치인이나 언론인, 평론가가 쓰는 소설은 재미없지만 서민이 쓰는 소설은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고. 웃고, 울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할 거 다하면서, 그러면서 인류를 평화롭게 하지. 집으로 왔어. 너는 또 누나가 써 놓은 인간 때 짙은 단편소설들을 읽어야 해. 눈물이 나와도 어쩔 수 없어. 그게 너의 인생이니까.
흡밀 식물이라는 용어는 사전에도 없다. 흡밀은 꿀을 흡입한다, 즉 꿀을 빨아먹는다는 의미인데 식물이 꿀을 빨아먹는 것은 아니니 논리도 맞지 않다. 꿀을 빨아먹는 주체는 곤충이니 흡밀 곤충이라는 말은 논리에 맞다. 그러니 꿀을 생산하는 식물은 '생밀 식물', 아니면 순 우리말로 '꿀풀' 정도가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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