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선글라스sunglass)을 샀다. 일반 안경점에 갔더니 몇 십만 원을 달라고 해서 인터넷으로 3만원 하는 싸구려를 택했다. 선글라스에도 명품이 있다고 하는데, 잠깐잠깐 쓰는 용도에 명품이 왜 필요한가? 돈 아깝게. 그래서 명품은 아니지만 모양과 기능이 그럴듯한 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생전 안 사본 색안경을 산 것은 실크로드 여행을 앞두고 색안경을 준비하라는 여행사의 안내 때문이었다. 천산남로 지역은 날이 덥고 태양이 강열하여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강열한 태양 빛과 자외선을 가리는 그 두 가지 물품을 준비한 것이다.
색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았다. 일견 멋있어 보이는 것도 같지만 내 얼굴이 어둡게 보였다. 그야말로 색안경을 끼고 나를 보니 나의 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색안경을 낀 것을 보니 내가 색안경을 끼고 나를 보는 것과는 달리 색안경을 낀 다른 사람의 모습은 잘 드러났다. 자연 색의 얼굴에다 색안경을 낀 모습이 일견 멋지고 일견 거만해 보였다.
그런데 색안경을 써보니 나의 생각이 좀 추상적으로 발전되어 갔다. 즉, 색안경을 끼면 나 자신의 본 모습과 다른 사람의 본 모습을 잘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색안경을 벗고 그냥 자연의 눈으로 보면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고, 색안경을 쓴 다른 사람의 모습이 멋있는지, 거만한지, 어떤지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로에서 색안경을 끼되,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실크로드의 우루무치, 쿠차, 투루판, 둔황의 여러 자연과 인문을 볼 때에는 반드시 색안경을 벗고 보아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색안경을 끼고는 나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자연과 역사와 문화와 지리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색안경을 벗고 여행을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태도라고 생각되었다.
어쩌면 우리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물건으로서의 색안경을 끼건 안 끼건 인간은 저마다 색안경을 끼고 산다는 것이다. 아집의 색안경, 종족의 색안경, 전공의 색안경 등 모두 저마다 색안경을 만들어 그 안경으로만 세상을 보려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진정한 학문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색안경을 먼저 버려야 할 것 같다. 종교건 학문이건 자만, 오만, 아집, 편견의 색안경을 버리고 오직 진리의 혜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색안경 하나 사는 것이 쉽지 않듯이 어렵게 산 색안경을 버리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니 그것이 문제로다.(2008.7.1)
'한문/역사 > 역사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크로드 여행기 1, 우리비행기 (0) | 2008.07.23 |
---|---|
우루무치 훌라후프 Hula-Hoop 비디오 (0) | 2008.07.18 |
실크로드 역사기행 비디오 (0) | 2008.07.17 |
실크로드 여행일정 (0) | 2008.07.06 |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0) | 2008.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