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정수일 교수가 쓴 문고판 ‘왕오천축국전’(학고재 간)을 샀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 문고판인데, 문고판이라도 그 내용이 정말 짭짤하다.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쓴 인도에 대한 한문 여행기인데 정수일 교수는 그 주석을 상세히 달고, 해석의 근거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웬만한 한문 서지학자 이상으로 충실한 문헌적 검토에 의거하여 책을 풀이하고 있다. 학자다운 성실하고 치밀한 면모가 엿보여 경외심이 든다.
우리는 보통 역사교과에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책 제목을 뜻도 모르고 외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니 신라 출신인 혜초는 일찍이 중국으로 건너가서 불교에 귀의하였고,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를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썼다. 그 여행기는 19세기 프랑스학자에 의해 중국 감숙성 둔황석굴에서 발견되었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라는 뜻은 왕(往)은 ‘가다’라는 뜻이고 ‘오천축국(五天竺國)’은 인도의 동 서 남 북과 중앙을 의미하며, 전(傳)은 ‘전하다’의 뜻이니 요즘 말로 하면 ‘인도를 가다’, ‘인도기행’ 정도의 뜻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뜻을 알고 보면 쉽고 명쾌하다.
이 책을 사게 된 동기는 이번 여름방학 중에 중국 신장성의 우루무치와 둔황을 가려고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이 써 놓은 여행기를 보는 것은 어떤 지역을 여행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선행해야 할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 문고판 왕오천축국전에는 둔황석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석굴의 조성경위, 석굴에서 발견된 문화재와 서적들, 서책의 발굴과 분산 경위가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야, 이곳이 중국의 중세 박물관 도서관이네”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제 2008년 7월에 그곳에 직접 가면 이 책에서 얻은 예비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가는 역사학자들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역사지식을 충실히 습득할 것이다.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로 현장의 모습을 담아서 나만의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것이다. 문헌정보학자로서의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직접 보고, 듣고, 수집하고, 느낀 바를 기록하여 역사학자가 간과할 수 있는 도서관적 시각으로 여행기를 쓸 것이다. 나도 <왕우루무치전>이나, <왕돈황전>을 쓰되 현대적 감각으로, 쉬운 말로 그곳의 역사적 의미와 모습을 그려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한문/역사 > 역사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크로드 여행기 1, 우리비행기 (0) | 2008.07.23 |
---|---|
우루무치 훌라후프 Hula-Hoop 비디오 (0) | 2008.07.18 |
실크로드 역사기행 비디오 (0) | 2008.07.17 |
실크로드 여행일정 (0) | 2008.07.06 |
색안경 (0) | 2008.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