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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거금도 소록도 주마간산

거금도 소록도 주마간산

계명중학교 제10회 졸업(1967년 1월) 동창회 연 2회 관광 계획에 의거 2019년 11월 3일 전라남도 고흥군 거금도에 다녀왔습니다. 대전 도마동 서부교육청 앞에서 아침 7시 50분 관광버스를 탔는데요, 군소 단체 6개 팀을 모아 구성한 한국 유람단입니다. 우리 동창은 7명, 얼굴 모르는 다른 팀들도 우리 팀과 인원은 비슷비슷, 여섯 팀을 모아 버스 1대 분량을 만들었네요. 버스 기사와 인솔자는 부부간인 듯, 손발이 척척 맞네요. 자그마치 4홉 소주 30여 병, 벌곡 휴게소에서 식사 후 사람들은 오전부터 소주를 마시며 춤을 추네요. 우리 동창들은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고 춤도 추지 않습니다. 그랬더니 인솔자는 우리더러 탄저병에 걸렸냐고 농담하네요. 그런데 너의 생각엔 이들 스트레스 세력들이 마치 관광 농단 세력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아니 관광을 이렇게 품위 없게 만들다니, 좀 멋지게 시를 읊고, 기타치며 노래하면 안되나요? 인생에 낭만이 있어야죠, 낭만이, 무조건 흔들기만 하면 뭐해요!

거의 네 시간을 달려 우린 거금도로 들어가는 녹동항에 도착합니다. 남도는 늦가을의 봄 날씨, 난이네 집(식당 이름)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우리 동창들은 그제야 반주 같은 술을 마십니다. 식사후 약 30분의 여유시간, 우리는 녹동항을 산책합니다. 푸른 대숲이 보이는데 그 아래 도로변엔 웬 공구상 아저씨가 난전을 열었네요. 우린 바다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그 어물 시장을 나와 버스를 타고 거금대교를 건넙니다. 거금대교는 2층의 다리로 아래층은 자전거와 사람이 걸어 다니는 다리, 상판은 차의 활주로입니다. 땅끝 섬마을에도 이제 첨단 문명이 들어섰습니다. 이곳 인근에는 나로도,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곳이랍니다. 너는 우주센터에 가보고 싶었지만, 단체행동을 해야 하므로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쉽습니다. 언제 이 근처에 또 올 수 있을지.

거금대교를 건너 유람선을 탑니다. 2시간 걸린다는데 오늘은 바다가 잔잔하여 안심입니다. 유람선은 3층인데. 3층은 정자같이 좁은 곳, 2층은 조용히 앉아서 바다를 감상하는 곳, 1층은 술마시고 춤추는 곳으로 구분되네요. 너는 2층으로 가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1층에 그냥 있자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 누구나 할 것없이 춤 추는 곳으로 나아갑니다. 모르는 남녀들이 자연스레 파트너를 바꾸어 마주보며 흔들어댑니다. 하하. 우리 친구들도 술을 사서 서로 권하여 마시는데 너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술이 거나한데 드디어 우리 팀도 그 막춤 대열에 합류하여 아무렇게나 흔들었습니다. 모르는 여인들이 호의를 보내옵니다. 그래서 우리들도 그들과 마주해 신나게 흔들었습니다. 수려한 해상공원, 섬들이 아릅답습니다. 배밖을 바라보다 흔들다 하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갑니다. 우린 다시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헤 특산물을 구경합니다. 친구가 미역을 사네요. 너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너는 돌아오는 버스에서 술이 취해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술을 먹지 않은 친구가 은근히 너를 나무랐습니다. “그렇게 자면 밤에 어떡하려고 그래?” 그래도 정신은 좋았습니다. 저녁 8시에 대전에 도착하여 친구들과 부연 설렁탕을 먹고 혜어지는데요, 친구가 너에게 “요새 시험 볼일 없지?” 하며 아까 산 미역을 하나 건네주네요. 쌀과 반찬을 수시로 대 주는 중 3때 짝꿍 친구, 너를 보살피는 친구가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런데 너는 이번 여행의 의미를 찾지 못해 좀 허전합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이리저리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까 본 거금도와 그 인근 영상을 머리로 돌려봅니다.

거금도 인근엔 소록도가 있습니다. 버스는 말로만 듣던 소록도옆을 지나갑니다.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곳, 소록도. 예전에 네가 초등학생 무렵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아무데나 돌아다녀 우린 그들을 매우 무서워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소록도에 병원을 마련하고 한센병 환자를 격리하여 치료하도록 했습니다. 그 후로 육지에서는 한센병 환자를 볼 수가 없었지요. 소록도는 오스트리아 출신 수녀 나이팅게일 2명을 탄생시켰습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 그녀들은 소록도 병원에 43년을 몸바쳐 한센병 환자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진 한센인의 어머니였습니다. 2017년에는 그들을 다룬 영화와 책이 나왔답니다. 인터넷에서 책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성기영. 2017, 예담.

“희망의 등불로 어둠을 밝힌 이방의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소록도에서 보낸 43년,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소록도성당의 도움을 받아, 두 분의 어린 시절과 소록도에서 보낸 43년간의 삶,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첫 기록물이자 고단했던 우리네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자료로서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 치이고 지쳐, ‘희생’, ‘봉사’란 단어는 멀게만 느끼며 살아가는 시대. 나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과연 가능할까. 쉽게 용기 내지 못하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경험해볼 수도 없는 기적과 같은 삶을 두 분은 몸소 실천하고 우리에게 보여준다. (인터넷 교보문고).”

이런 봉사가 곧 진정한 평화일 것입니다. 이 두분 수녀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데 바로 2019년 11월 3일자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두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르 추천한다는 뉴스입니다. 그 기사를 일부 발췌해봅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천인 서명 100만명 돌파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천 범국민추천위원회(위원장 김황식)는 지난 10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소록도의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하기 위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업소개에 나선 김황식 추천위원장은 “두 간호사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자원봉사자로 근무하면서 희생적인 봉사정신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였으며, 20대 젊은 시절에 시작해 70세에 이르기까지 한 평생 사랑을 실천하고, 빈손으로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며 “100만인 이상 국민의 숭고한 뜻을 받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20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간호사의 해’로 지정했고, 현대 간호학을 확립한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로 노벨상 추천은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분의 노벨평화상 추천은 전 인류애의 실현” 이라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자리를 함께한 송귀근 고흥군수는 “노벨상 추천에 함께 동참해 준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고, 고흥군에서는 명예 군민, 전라남도에서는 명예 도민, 법무부에서는 명예국민으로 지정했고, 마리안느와 마가렛 사택 등록문화재 지정, 매월 1,004달러의 생활안정자금 지원,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영화 제작·상영, 두 분의 뜻을 담은 소록도 마리안느·마가렛 나눔연수원 건립, 전 군민 대상 노벨평화상 추천 서명 운동 등 선양사업을 소개하고 자리에 참석한 내외신 기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농어촌방송/호남총국 남부지국 김영주기자] 출처: 한국농어촌방송(http://www.newskr.kr)

그런데 이 훌륭한 기사를 왜 큰 중앙 언론에서는 다루는지 안 다루는지 모를 마큼 적게 다루는지 우리의 언론 수준이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우리 언론과 국민 특히 정치인들 대오각성해야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2019.11.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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