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타임캡슐
모처럼 대전 한밭도서관에 갔습니다. 책도 읽고 물도 받고, 130미터 아래 지하수를 전기모터로 퍼 올리는 ‘독서의 샘물’, 물받기 경쟁이 치열하네요. 12시부터 2시까지 물을 공급하는데, 12시 01분이라 그런지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물을 먼저 받으려고 야단들입니다. 성급한 물욕일까요? 어떤 아저씨는 20여개의 패트병에 물을 받아 쌀포대 자루에 넣고 단단히 묶은다음 자전거 널빤지에 싣고 가네요. 대가족인가봅니다. 하기야 요즘은 물도 돈이니까요. 곧 수도꼭지 자리가 나서 너도 물을 받았습니다. 패트병 큰병 2병, 작은병 2병, 물이 시원합니다. 그런데 12시 20분부터 14시까지는 물뜨는 사람이 뜸할텐데 물만 쏟아질 것 같아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물이 다시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순환되려나요?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안치환의 노래가 생각나네요.
이어 도서관 식당에 가서 3,500원 하는 한식 밥을 먹습니다. 가격 대비 괜찮기는 한데 식당 내부시설과 식탁, 의자 등이 오래되어 음침하네요. 우선 외형 면에서 이 도서관의 서비스 경영은 ‘제로 베이스’라 해두고 싶네요. 노인 무료급식장 같은 느낌? 하하. 대접받으러 도서관에 온건 아니니 할말은 없지만, 도서관들은 아직 고객서비스 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확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열람실로 올라갔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열람실이 휑하네요. 일전에 교보문고에서 산 우주과학 책을 읽어봅니다. 졸음이 쏟아집니다. 젊을 땐 안 그랬는데, 나이 탓인지, 하하. 커피를 한잔 마시고 네시간 정도 열람실에 머물며 나름 할 일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 도서관에 오면 공부 효율은 좀 낫습니다.
대전 도서관들은 홍성 충남도서관을 좀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명색이 광역시 대표도서관인데 아직 80년대 도서관을 유지하고 있으니 마치 도서관 타임캡슐에 들어온 느낌, 하하. 직원들은 별로 안 보이고 군데 군데 자원봉사자들이 앉아 정숙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복도에서 전화를 받다가 제지를 당했네요. 헐! 대전의 21세기 공공도서관은 아직 20세기 타임캡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2019.9.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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