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대전
토요일, 기자의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청주 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열리는 2019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취재해보려고요. 집 앞에 세워 둔 백차를 25일 만에 몰았습니다. 그래도 성능이 제법 좋네요. 대전에서 청주 예술의전당까지 50분 정도 걸렸습니다. 행사장 임시 주차장인 흥덕초등학교 운동장에 차를 세우고 10시 20분경부터 여유로운 행보, 행사장 몽골 텐트에 출판사 직원들이 출근해 어제 덮어 둔 포장을 걷고 있습니다. 너무 일찍 왔네요.
발길을 돌려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갑니다. 여러 번 관람한 곳이지만 그래도 다시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도 독서대전 행사의 하나로 고서 기획전시를 하고 있네요. 주로 청주지방의 옛날 문헌입니다. 박물관을 나오며 할아버지 도슨트에게 전시 판넬에 틀린 글자가 있음을 알려드렸습니다. “古印刷年表”인데 “古印副年表”로 되어 있어서요. 안내하시는 할아버지가 죄송하다고 하네요. 할아버지가 죄송할 건 아니지요. 제가 오히려 미안해지네요. 학예사한테 이야기 해서 고치겠다고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흥덕사지에서 천원을 내고 우리밀 빵 한 조각과 홍차를 얻어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 가봅니다. 금속활자 제작 시연을 하고 있었는데요, 안내원이 제대로 안내합니다. 이번 타임은 끝나가니 13시 30분에 오시길 권한답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한번 볼 수 있겠다 싶어 13시 30분에 다시 오기로 하고 거리를 산책합니다. 식당 찾아 300미터, 주변에 관악기, 현악기, 건반악기, 악기상이 많이 있네요. 길 건너 기사식당이 보입니다. 가정식 백반 5천원, 고등어 백반 6천원, 고추장불고기 7천원, 너는 고등어백반을 시켰습니다. 등푸른 생선 고등어, 오랜만에 먹게 되네요. 예전에 고등어 노래도 있었지요?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데 가사 1소절만 생각나네요.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고등어 백반을 잘 먹고 커피까지 먹었네요. 맛이 좋습니다. 허름하지만 좋은 식당, 하지만 친절한 서비스는 없습니다. 오늘 아직까지 청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상은 약간 무뚝뚝 합니다. 청주가 그런 곳이 아닌줄 알고 있는데, 하하.
다시 주 행사장을 다녀보았습니다. 출판사들이 나와서 책을 홍보합니다. 좋은 책이 많아 보입니다. 사고 싶은 책도 몇 종 있었지만 구입을 참았습니다.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 코너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 『자연사 도감』, 『빅히스토리』를 만져보았습니다. 사지 말고 도서관에 가서 이용하자고 다짐합니다. 도서관에서 이용하겠다면 아마 출판사가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도서관 수가 늘어나 출판사와 도서관이 상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만일 너의 인근 도서관에 위의 책이 없으면 희망도서로 신청할 생각입니다. 그런 경험이 좀 있으니까요. 그런데 뜻밖에 너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여성분이 있습니다. 제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기억나는데 단박에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합니다. 아이 참,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을 먹지 않고 돌아다니는 건데, 명함을 얻고 혜어집니다. 부디 사업이 잘 되시길.
13시 20분 금속활자전수교육관으로 다시 갑니다. 금속활자장 임인호 선생이 나와 鑄物沙鑄造 방법으로 금속활자 제조 과정을 직접 실행하여 보여줍니다. 활자제조를 위한 밑 없는 옹기 그릇이 따로 있네요. 뚜껑도 밑이 없습니다. 뚜껑은 밑이 아닌가요? 그럼 천장? 하하. 해감모래에 목활자 글자본을 넣고 꽉꽉 다진 다음 목활자 글자본을 빼내고 그 글자의 공간에 쇠물을 부어 활자를 만드는 과정, 1시간 30분이 걸리네요. 초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설명한다더니, 실제로는 그렇게 잘 안되는 것 같네요. 다른 문화 상식을 곁들여 이야기 하느라 설명이 좀 깁니다. 장인의 얼굴에 땀이 흐릅니다. 초등학생들의 얼굴표정은 점점 심각한 듯, 하지만 너를 비롯한 어른들은 활자장인의 수고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서지학을 했다는 네가 실제 활자주조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셈입니다. 어렴풋이 알았던 금속활자 해감모래 주조방법을 이제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설명력이 강화될 것 같습니다.
15시 30분 귀가 도중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에 잠시 들러 보름달(빵)과 두유, 그리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깁니다. 여행은 이렇게 혼자 다녀야 너의 마음대로 욕심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뭉게구름 피어오른 초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아직은 8월이네요. 2019.8.3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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