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할머니
오늘도 먼빛으로 고릴라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실제 고릴라는 아닌데 인상이 고릴라와 똑 닮았어요. 복지관에 날마다 나오시는데 허리가 15도 정도 굽고 좌표상 기울기도 좌로 15도 정도, 걸을 때는 몸의 기울기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얼굴이 자연적으로 하늘을 향하네요. 거기다 인중이 길고 입도 튀어나오셨으니 영락없이 고릴라 같아요. 하하. 너는 누구를 놀릴 의도가 없고 놀릴 자격도 없어요. 하지만 너의 시각에 비치는 ‘종족의 우상’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뿐이랍니다. 하하.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 했던가요. 가수 최희준씨가 그렇게 노래한 것 같습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아 가는 길에 정일랑 주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여기서 기억이 멈추네요. 하하. 그래도 인생은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양, 저런 생김, 각양각색이 골고루 모여 있으니까요. 고릴라, 침팬지, 원숭이, 오랑우탄, 고슴도치, 말, 소, 도야지, 토끼, 두루미, 독수리, 종달새, 앵무새, 그리고 male, female and multi cultural people. 하하. 정겹죠?
나이가 들면 그리움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고향의 새싹시절, 아버지, 엄마, 큰 누나, 작은 누나, 초가집, 느티나무, 호롱불, 수리치 떡, 고사리, 진달래, 머루랑, 다래, 그 정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짓습니다. 오솔길 넘던 풋내기 사랑추억에 미소를 짓고, 철학적 문답을 수행한 한 장의 위문편지, 세월은 가고 혼자 있어도 그 모든 추억이 참 정겹습니다. 그러면서 이 나이에 또 가슴에 희망을 안고 내일을 저축하려 드네요. 아직도 늦지는 않을 거야, 저금해 둔 지난날을 하루하루 꺼내 그 황금 방망이를 작동해보시게. 앞날에 보금자리 눈앞에, 눈앞에 어릴 때까지. 고릴라 할머니도, 원숭이 할아범도 모두 다 정겹게 내일도 평생학교에 가시지요 뭐. 2017. 9. 1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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