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은 길을 편하고 빨리 가기 위한,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vehicle)이다. 그래서 온갖 기계장치와 안전장치가 붙어 있으며 그중에 백미러는 가장 ‘눈에 띄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백미러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중백미러가 등장했다. 이중 백미러는 원래의 백미러에 또 하나의 볼록렌즈를 붙여 사각지대를 보이게 하는 장치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백미러보다 더욱 진보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차들이 등장했다. 이는 차량 뒤의 상황이 액정화면을 통해 그대로 카메라에 잡히기 때문에 뒤통수에 붙은 눈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그런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잘 생각해보니 우리 인생길은 차량이 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스스로 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길, 이 길, 저 길 모두 우리 인생만이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차량은 우리 인생길을 편하게 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떤 도구를 이용하든 결국 우리는 인생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랜저로 가든 벤츠로 가든 결국 우리는 안전하고 보람 있는 인생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백미러는 차량에만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작 우리자신에게 붙어 있어야 할 필수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의 백미러는 인생을 되돌아보는 거울이다. 지나온 인생길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거울, 그 거울을 통해 시야에 전개되는 아름다운 인생차선을 안전하게 선택하며 달려 나아갈 수 있다.
인생의 백미러로 내 인생을 되돌아보니 지금까지 위험한 고비도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음주 운전으로 비틀거렸을 때도, 깜박이를 넣지 않고 차선을 바꿨을 때도, 무리하게 다른 인생을 의기양양하게 앞질렀을 때도, 다른 인생이 내 인생 길을 가로막고 약을 올리며 희롱할 때도, 정말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음을 회상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부터는 백미러를 잘 보며 앞으로의 인생길을 안전하고 보람 있게 달려야겠다. 8년이 되어가는 내 EF소나타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차량백미러와 내 인생의 백미러를 함께 장착하고 내일도 모래도 유유히 저 지혜로운 우주를 향해 달려 나가야겠다. 야- 훠! (2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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