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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어머니의 장(醬) 맛

장이란 무엇인가. 장에도 몇 가지 계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사회적 계급을 나타내는 과장, 부장, 차장, 국장, 사장 등의 계열이 있다. 그리고 동물의 속을 나타내는 간(肝)장, 위장, 대장이 있으며 우리가 먹는 음식계열에 속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 청국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사회적 계급으로서의 ‘거드름스런’ 장이나 동물의 속이 아니라 우리를 ‘간이 딱 맞게’ 살려주는 간장, 된장 등 ‘실사구시’의 장에 대하여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우선 장의 어원은 무엇일까? 장. 국어사전에는 내가 찾고자 하는 ‘장’이 안 나왔다. 그래서 ‘간장’을 찾아보았다.

•간장(-醬) [명사]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있는 흑갈색의 액체. 소금물에 메주를 담가 30~40일 우려서 만듦.

•간장(肝腸) [명사]1. 간과 창자. 2. 마음. 애. 속.

•간ː장(肝臟) [명사] 횡격막의 아래, 복강(腹腔)의 오른편 위쪽에 있는 장기(臟器). [담즙과 글리코겐의 생성, 양분의 저장, 해독 작용 따위를 하는 소화샘.] 간(肝).

•간ː장(諫長) [명사] [간관(諫官)의 우두머리란 뜻으로] ‘대사간(大司諫)’을 일컫던 말.“

간장의 종류와 의미는 이 정도로 나왔다. 필자가 찾고자 하는 것은 첫 번째의 간장(-醬)이다. 그런데 단어의 구성이 ‘간’은 우리말이고 ‘장(醬 : 젓갈, 된장, 간장을 의미)은 한자말이디. ‘간간하다‘, ‘간을 맞추다’의 ‘간’은 우리말인데 비해 ‘장’은 한자말이면서 그 의미는 ‘간’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럼 된장, 청국장, 막장, 고추장은 어떤가?

•된ː-장醬〔된-/-〕 [명사] 1. 간장을 담가서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 장재(醬滓). 토장(土醬). 2.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익혀서 간장을 뜨지 않고 그냥 먹는 장.

•청국-장淸麴醬〔-짱〕 [명사] 푹 삶은 콩을 띄워서 만든 된장의 한 가지. 주로 찌개를 끓여 먹음.

•막-장(-醬)〔-짱〕 [명사] 된장의 한 가지. 볶은 콩을 갈아 메줏가루를 섞은 다음 소금, 고춧가루, 보드라운 겨 및 양념 등을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서 띄움.

•고추-장醬 [명사] 메줏가루에 질게 지은 밥이나 떡가루를 익혀 버무리고,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서 담근 매운 장.

다 찾았다. 역시 된장에서의 ‘된’은 ‘되다(묽지 않다)’의 우리말이고, ‘장’은 한자말이다. 청국장(淸麴醬 : 맑은 청, 누룩 국, 젓갈 장)은 한자말로서 우리가 흔히 청나라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넘겨잡기 쉬운 ‘청국(淸國)장’이 아니었다. 막장 역시 ‘막’은 ‘막 그냥 막’ 할 때의 순 우리말, ‘장’은 한자말이고, 고추장도 ‘고추’는 순우리말, ‘장’은 한자말이다.

이렇게 사전을 찾아보니 장의 의미가 확실하게 나왔다. 의미를 알고 나니 일상적으로 먹는 ‘장’의 뜻도 잘 모르고 그저 먹기만 한 것에 대해 미안해진다. 우리가 모르는 지식은 이렇게 사전(辭典)이나 백과사전(百科事典)을 찾아보면 잘 알 수 있다. 사전이 선생님이다. 사전은 선생도 모르는 것을 다 알고 있기에 선생님의 선생님이다.
 
이러한 기초 음식으로서의 장은 음식의 맛을 조절하는 데 쓰이면서도 적절한 양분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다. 예전에는 장을 담그는 일이 김장을 담그는 일과 함께 연중 집안의 큰 사업이었다. 그래서 장을 잘 담가 '장맛이 좋은 집은 음식 맛도 좋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가정에서 장을 담그지 않고 ‘공장장’을 사서 먹는 게 일반화 되었다. 김장도 하지 않는 집이 부지기수인 것 같다. 공장 제품이 잘 나오기 때문에 번거롭게 집에서 담그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주부들은 장이고 김장이고 담그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의 정성어린 솜씨로 빚어낸 간장, 된장, 청국장, 막장, 고추장, 그리고 김장, 이들에게서는 공장제품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손맛과 따뜻한 사랑이 함께 녹아 있다. 가난했지만 어머니가 지어주신 사랑의 간장, 된장, 청국장, 고추장, 김장으로 오손 도손 사랑스럽고 정답게 먹고살던 옛날이 그립다. 오늘 부모님의 제삿날, 아이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제사를 올리고 나니 부모님 계시던 옛날이 그리워  눈물이 핑 돈다.(2008.1.7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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