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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의 의미

이종권 2019. 10. 31. 00:35

문집의 의미

“문집은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자신의 신분과 학문을 표상하는 상징(象徵)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조선 시대 개개인의 사상과 행적을 연구하는 기본 자료인 동시에 당대의 정치와 문학, 그리고 사상 등을 연구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조선 시대 문집이 편찬되는 구체적인 과정과 함께 규장각에 소장된 주요 문집들을 통해 문집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2019년 10월 25일 금요강좌 안내 메일 일부입니다. 지난주엔 방목(榜目)에 관한 강의를 듣고 좋은 정보를 얻었는데, 이번 주엔 문집, 이번 학기 금요강좌는 조선 시대의 책을 주제로 삼은 것이어서 문헌정보학 전공자인 너에겐 매우 유익합니다. 특히나 네가 생각하는 역사 기록에 대한 생각이 여러 강의에서 잘 반영되고 있어 딱딱한 강의라도 흥미롭습니다. 사대부의 기록이건 서민의 기록이건 다 중요한 기록이고 역사라고 생각하는 너로서는 자신감을 얻기도 하거든요.

문집 중에는 우암 송시열의 문집이 압권이라고 합니다. 강사는 규장각에 있는 우암 문집은 도서관 책 수레(cart)로 3대 분량이라고 하네요. 송시열이 평생 쓴 글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특히 송시열의 문집을 송자대전(宋子大全)이라고 하는데요, 송자는 연세대학교 총장을 지냈던 故 송자가 아니라 송시열을 노자, 공자, 맹자, 한비자, 묵자, 주자 등 학덕 높은 학자에게 붙이는 ‘子자’를 적용한 것이랍니다. 그럼 너도 학덕이 높으면 종자(鐘子)가 되겠네요, 하하.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너는 그런 이름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학덕도 높지 않고 발음도 이상하고, 너는 이미 법정 스님의 법정(法頂)을 본받아 진실의 종을 울리자는 의미로 ‘법종(法鐘)’이라는 호를 쓰고 있으니까요. 네. 지금 수필집 2권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그 책에 법종을 사용하렵니다.

오늘에도 누구나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면 문집입니다. 수필집, 시집, 산문집, 자료집 다 문집입니다. 이들을 전집으로 모을 것인가, 그냥 단행본으로 분산 간행할 것인가는 본인의 마음입니다. 요즘은 후손이 선대의 문집을 만드는 경우는 아마 드물테니까요. 아무튼 글은 모아야 책이 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죠. 그래야 기록이 남고, 역사가 남고, 아름다은 보배가 남습니다. 기록자가 신분이 높든 낮든 그건 별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 다 한 시대의 구성원이니까요. 다음 금요일엔 조선 서얼들의 삶의 기록 <사소절>에 대한 강의를 듣습니다. 2019.10.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