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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기관 상상

이종권 2016. 6. 24. 17:43

2016. 6. 24(금)

발음기관 상상

오늘 국민 월급을 탔다. 많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다. 옛 초등 친구와 뷔페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오늘 식비는 내가 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밥값을 내는 걸 쏜다고 한다. 벌도 아니면서 무얼 쏘는지. 나는 친구와 교대로 밥값을 낸다. 그것도 기분은 괜찮다.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친구에게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입은 가만히 다물고 있는데 엉덩이 쪽에서 붕, 타달탈탈 하는 것이다. 방귀다. 나는 그 바람이 코로 들어오지 못하게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러면서 또 몇 가지 소토리텔링을 생각했다. 방귀 소리를 좀 높은 음, 낮은 음, 셈, 여림을 조절하여 낼 수 있다면 색소폰 소리, 클라리넷 소리도 낼 수 있을 것 같은 데, 거기에 그런 조절기능이 없다. 아쉽다. 기왕에 소리 낼 거 좀 아름답게 내면 어디 덧나나? 소리라도 아름다워야 냄새라도 상계하지. 이는 확실히 아이디어 부족이다. 그 당시 조물주는 아마 창조경제를 몰랐나보다.

또 한 가지 더 있다. 기왕에 소리 낼 거 거기다가 혀, 이빨, 입천장, 입술 같은 발음기능을 넣었더라면 그곳으로도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아나운서가 중계를 할 때 입으로는 상황을 전달하고 아래로는 적당히 해설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지금은 단순한 외마디 소리밖에 낼 수 없으니 아쉽다. 그때 조물주의 창조력이 좀 부족했었나보다. 혜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