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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한자공부의 지름길을 찾아서

  한자와 한문을 어떻게 공부하면 제대로 읽고 쓰고 할 수 있을까? 아무도 그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한자를 무조건 외우고 쓰면 문리가 터진다고들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자전(옥편)을 찾아보면 국어로 풀이된 우리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무수히 많다. 각각의 한자에 대하여 현대어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뜻풀이를 옛날 투의 고루한 말로 해 놓아서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한자 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한자에 대한 현대적 뜻풀이가 절실히 요청된다. 뜻글자인 한자를 익히는 데는 그 의미를 먼저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의미를 알고 나서 글자를 익혀야만 한자를 제대로 알고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한자를 기초부터 확실하게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아서 학생들에게 안내하고자 한다. 필자가 한자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한자를 공부하는 학도로서(현재 한국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 재학), 여러 동료 학생들과 같이 협력해서 효과적으로 한자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서, 확실하고도 빠른 지름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현재 가장 기본적인 214개의 한자부수에 대한 설명이 매우 미흡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먼저 강구하고자 한다. 자전에 잘 살펴보면 214개 부수에 대한 발음과 뜻을 풀이해 놓은 곳이 있다. 우선 이 뜻풀이부터 먼저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전에서 뜻이 잘 나오지 않으면 외국인이 작업해 놓은 책을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출판사 ‘일조각’에서 발행한 James C. Whiclock 편 <Chinese Characters in Korea(2001)>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영어로 214개 부수의 뜻을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해석을 못하고 남겨놓은 부분도 있음). 여기에 미흡한 부분은 필자가 앞으로 보완작업을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한문학자도 안하고 외국인도 안한 부분은 학습자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필자가 해보고 싶은 것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한자공부의 필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동양인으로서 동양과 우리 한국의 고전문화, 나아가 중국의 현대 및 고전문화를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연구하는 데는 언어만큼 확실한 도구가 없을 것이다. 도구를 갖추지 않고 그 문화를 알 수 없다. 최근, 정말 최근(2007.10.11) 신문 보도에 의하면 한문 번역만으로도 박사학위를 주는 대학원과정이 개설되었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이 대학원 과정은 한문의 해석과 주석으로 박사학위를 주는 최초의 과정이라 한다. 늦었지만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사람들은 번역을 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창작보다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들에서 교수 채용 시 번역서는 아예 연구실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우리는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한자 공부를 통해서 우리의 고전과 중국의 고전 그리고 중국 현대문화를 이해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공동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이종권. 2007.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