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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새 독서삼품과


새 독서삼품과(讀書三品科)

독서삼품과(讀書三品科)

신라 원성왕 4년(788년)에 족벌중심의 인재 등용을 없애고 독서 본위로 인재를 뽑기 위해 마련한 공무원 선발제도였습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이 제도는 독서의 성격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뉘었는데 상품은 <춘추좌전>, <예기>, <문선>, <논어>, <효경>을 읽은 사람, 중품은 <곡례>, <논어>, <효경>을 읽은 사람, 하품은 <곡례>, <효경>을 읽은 사람으로 구분하였답니다. 또 <5경>, <3사>, <제자백가서>에 능통한 사람이 있으면 ‘특품’이라 하여 우선적으로 관리에 등용하였다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되 수준이 높은 책을 읽은 사람을 공무원으로 뽑은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독서에도 품질을 정하여 놓고 그 실력을 가늠했던 것입니다.

우리학교의 독서 등급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학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오를수록 더욱 수준 높은 공부를 하게 되어 있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독서를 많이 하기보다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가지고 시험공부를 하는 데 중점을 두므로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독서는 공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격과 지식, 지혜를 갖추는데 필요한 정신적 양분을 섭취하는 일인데 그 영양분을 잘 섭취하지 못하는 것은 큰 손실이지요. 그래서 도서관, 특히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어 광범하고 풍부한 지식과 지혜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조상들이 만든 ‘독서삼품과’에서 ‘품’은 ‘품질’을 의미합니다. 품질에는 낮은 것, 보통, 아주 좋은 것이 있습니다. 품질은 물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도 있습니다. 일단 버릇없고 게으른 행동은 품질이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예의바르고 성실한 행동은 품질이 좋은 행동입니다. 독서라는 행동도 점점 품질을 높여가야합니다. 글자를 아는 것에서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으로 단계를 높여야합니다.

첫째는 글자를 배우는 것입니다(3품).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자를 알아야 합니다. 한글, 한자, 영문자, 일본 가나, 아라비아숫자, 로마숫자 등 각 언어의 글자를 알아야만 그 언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잖아요? 글자를 익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낱말을 많이 알아야 합니다. ‘제3품 독서’는 글자를 익히는 독서입니다.

둘째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독서입니다(2품).

독서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행동입니다. 책에 있는 글자를 알아도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단어의 뜻을 알 뿐 아니라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의 뜻을 이해해야 합니다. 나아가 문장으로 구성된 단락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책을 읽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책을 읽으면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책을 마지못해 읽는 사람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2품 독서’는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골라 읽고 뜻을 이해하는 독서입니다.

셋째는 글쓰기 독서입니다(1품).

독서의 가장 높은 수준은 책을 읽고 이해할 뿐 아니라 읽은 책의 내용을 참고하여 스스로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수준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단지 남이 써 놓은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참신한 생각을 보태어 자신의 말로 쓰는 것입니다. 글쓰기 독서를 잘 하려면 매일 일기를 쓰고, 특히 독서일기를 쓰면 좋습니다. 이런 독서일기쓰기습관이 발전하면 논술능력이 향상되고 나아가 창의적인 글과 논문을 잘 쓸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 읽으면서 생각하고, 메모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1품 독서’입니다.

결국 독서란 글자를 알고, 단어를 알고, 내용을 이해하고, 글을 쓰는 단계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각 단계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움작용을 하면서 발전합니다. 글자를 배우면서 단어를 배우고, 단어를 배우면서 글자를 더욱 확실히 익힐 수 있습니다. 독서를 하고 일기를 쓰면 글쓰기 실력이 빠르게 향상됩니다. 이것은 국어, 영어, 중국어 등 모든 언어로 된 책을 읽을 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독서단계의 원칙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 이 원칙을 가지고 독서를 생활화한다면 참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어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새 ‘독서삼품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