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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5월을 맞는 기쁨

5월을 맞는 기쁨

2021년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습니다. 살아 있는 한 누구나 숙명적으로 맞는 새 5월, 그런데 다들 그러하겠지만, 저는 온 마음, 온몸으로 기쁨을 느낍니다. 천지사방(天地四方) 꽃과 잎이 응원하기 때문입니다. 미풍이 나부끼고, 꽃비가 내리고, 간밤엔 조용한 봄비가 대지를 적셨습니다. 너는 이 비를 농사용 ‘곡우(穀雨)’라고 생각하며 자정에 밥을 지어 깻잎이랑 맛나게 먹고 새벽 단잠을 잤습니다. 대한의 이 계룡 동산, 부처님에 탄생했다는 룸비니 동산보다 저에겐 더 낙원 같습니다.

5월엔 좋은 날이 많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음력 4월 초 파일 석가 탄신일, 5월 달력은 정말 기쁨 일람표입니다. 그제 4월 30날 금요일 아들, 며느리, 손주 보러 서울 가서 하룻밤 지내고, 5월 1일 며느리가 차려주는 아침을 잘 먹었습니다. 아침 식탁엔 영양 미역국, 법성포 굴비, 숙주나물, 묵은김치 등, 마치 생일상 같았습니다. 5월 초하룻날 효자 효부의 정성 가득한 아침 보살핌에 새 동방의 예의를 느끼며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등굣길에 올랐죠. 삼일로. 그 학교는 삼일로에 있습니다.

시각이 일러 평소 하고 싶던 주변 산책을 좀 했습니다. 삼일로엔 세계 어린이 운동 발상지라는 비석이 서 있습니다. 그 배경으로 방정환 선생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고요, 그 부근엔 삼일 독립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배부한 장소 표지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이 삼일대로인가 봅니다. 독립운동의 선두는 손병희 선생, 그분은 천도교 교인이었습니다. 그곳엔 천도교 본부 수운회관이 있습니다. 수운회관은 천도교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 선생의 호를 따서 붙인 이름이랍니다. 하지만 삼일 운동은 종교를 초월한 민족적 독립운동이었기에 세계적 평화와 포용을 담아냈습니다. 최남선이 작성한 독립선언문을 잘 읽어보면 당시의 세계적 시대정신을 알 수 있습니다.

그곳에 방정환 선생, 아마 손병희 선생의 사위라죠? 역시, 다르네요. 어린이라는 이름의 창시자, 어린이날을 최초로 만드신 분, 방정환 선생 그분 역시 세계적 인류 사랑의 정신으로 그 시대를 빛내신 분입니다. 내일 모래 어린이날은 방정환 선생의 덕이 서린 뜻깊은 날, 우리 모두에게 숨어있는 ‘꼰대’를 버리고 푸른 5월처럼 어린이를 보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어린이 사랑의 정신을 매일의 가정, 학교, 사회생활 속에서 실현해야 합니다. 마해송, 방기환, 강소천 선생 등이 만든 어린이헌장도 이 시대에 맞게 다시 업데이트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어머니 날, 어버이날도, 스승의 날도 그 취지를 살려 정성껏 예쁘게 감사를 올려야 합니다. 석가 탄신일, 그날은 위대한 인류 스승의 탄생일이라 우리나라에서도 공식 공휴일입니다. 공휴일은 일을 쉰다는 안도보다 그 날의 의미를 찾는 기쁨으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모범생이 아니라도 이건 문명인의 의무입니다. 이번 어버이날엔너에게 더 특별한 대접을 하겠다는 아들 며느리의 귀띔을 기뻐하며 마음으로부터 미소를 짓습니다. 古稀라나요? 하하. 2021.5.2(일).

 

그리고 이번 스승의 날과 석가 탄신일엔 화계사에 기고한 다음의 글을 붙여 그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룸비니의 봄, 그 의미를 찾아서(화계사 기고, 화계 2021년 4~6월호)

코로나19 난국에도 우리에겐 봄이 왔습니다. 싹 트고, 꽃 피고, 새들은 노래하고, 봄엔 만물이 마음껏 기지개를 켜며 새 생명을 준비합니다. 언제나 준비하며 살아가는 생명, 생명들, 우리 인류도 물심양면 이 봄에 따스한 영양을 공급하며 행복과 평화를 준비합니다. 아마 이런 생명의 역사는 인류탄생 시부터 지속되어 왔을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지구가 현재의 기후환경으로 안정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약 5~6천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아마 1만 2천 년 그 절반이 역사의 준비 기간이었을까요? 그러한 준비를 거쳐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역사는 5천 5백 년, 인도 문명의 역사도 약 5천 년, 우리의 역사도 약 반만년, 이렇게 정리하고 있는데요, 고고학자, 역사학자들의 말이니 맞겠죠?

그런데 인류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살았나 봅니다. 어디서나 왕들의 독재하에 자유와 인권은 차별과 멸시를 당했다고 역사는 증언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자연법 앞에 평등해야 할 텐데, 이를 깨우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세월은 흘러 자연의 이치를 깨우친 성인, 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석가(서기전 624~서기전 544(불교 기원 년)), 공자(서기전 551년~서기전 479년), 소크라테스(서기전 470년~서기전 399년), 예수(서기 1~33), 찾아보니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장 선배시네요.

기록에 의하면 석가모니의 탄생일은 서기전 624년 음력 4월 8일입니다. 부처님의 탄생 이야기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요약하면 석가는 네팔과 인도의 국경지대 카필라국 석가족의 왕 정반왕과 왕비 마야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마야 부인은 석가모니를 낳기 전 아름답고 하얀 코끼리가 그녀의 옆구리를 통해서 자궁 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요, 출산일이 다가오자 당시 아기를 친정에 가서 낳는 전통에 따라 수도 카필라바스투를 떠나 친정으로 가던 도중에 룸비니(Lumbini) 동산에서 석가모니를 낳았다고요, 그때도 봄이었네요.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꽃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마야 부인은 불행하게도 1주일 만에 타계했다고 전합니다.

석가는 출생 후 득도와 설법, 열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깨달아 불교를 설립, 전파하셨습니다. 권력과 부귀영화가 보장된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궁과 가족을 버리고 생명 존중과 인류 평화의 길에 나선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으신 것 같습니다. 6년간의 고행, 그 고행은 좋은 경험이었으나 고행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전법과 교육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문제를 천착하여 깨닫고 그 진리로 수많은 제자를 가르치고 불법을 전파하셨습니다. 부처님 탄생의 진정한 의미는 탄생 이후 그분의 깨달음과 그 실천적 활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에 4대 기념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음력 4월 8일 불탄일(佛誕日), 음력 2월 8일 출가일, 음력 12월 8일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성취한 성도일(成道日), 음력 2월 15일 쿠시나가라에서 입멸한 열반일(涅槃日)이네요. 부처님의 열반 연도인 서기전 544년은 불기 기원 연도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불기 2565(2021+544)년이네요.

누구나 탄생은 축복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탄생 그 이후의 성장과 자기교육, 그리고 올바른 마음가짐과 그 실천이 탄생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탄생은 축복이라도 그 이후의 행동에 따라 성인도 악인도 될 수 있다는 것이 평범한 진리인 것 같습니다. 진시황도 히틀러도 탄생은 축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탄생의 의미를 무의미하게, 오히려 욕되게 하였습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이 생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룸비니의 봄 그 진정한 의미는 부처님의 깨달음과 진리의 가르침, 그리고 실천수행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의 기원을 부처님이 열반하신 해로 잡은 것은 그래서 매우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말로는 쉬우나 행동은 어려운 이 현실, 올해도 부처님 오신 날을 진심으로 봉축하며 동시에 부처님이 평생 설법하고 실천하신 불법의 진리를 우리도 부처님처럼 깨닫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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