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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무박무전여행

무박무전여행

너는 오늘 11시 반 너의 인문학도서관을 나서 가락동 장성식당에 가 점심을 먹었다. 장성식당. 장성은 전라도에 있는데 식당은 서울 가락에 있네. 하하. 그 식당 아재 목소리는 천상 이세돌이 목소리 같다. 이세돌이도 고향이 남쪽이랬지. 하하. 그런데 전라도 음식은 어딜 가 먹어도 맛이 있다. 그래서 낯선 곳에 여행을 가 음식을 먹을 땐 전라도 간판을 붙인 식당을 찾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라면 요령이겠다. 하하.

너는 고등어자반과 봄배추 나물 무침, 그리고 깻잎 장아찌로 식사를 한 후 가락 몰로 향했다. 몰은 영어의 mall인데 판매용 상품이 몰려 있으니 우리말로도 통한다. 몰려 있는 게 몰이니까. 쇼핑할 물건이 몰려 있으면 쇼핑몰이고. 하하. 가락 몰의 주방기기 몰에서 별의 별 그릇과 생활도구들을 구경했다. 엊그제도 초등동창 남자친구사람과 같이 구경을 했지만 오늘은 너 혼자 왔으니 구경이 더 자유롭다. 그래 역시 여행은 혼자 하는 게 좋아. 자유롭거든. 너는 가급적 잡동사니를 사지 않는다는 너의 독거 정책에 따라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2백 원짜리 커피 한 잔을 빼 먹었을 뿐.

다시 가락몰도서관 간판이 붙어 있는 쪽을 향해 걸었다. 길 가 화단에 있는 사철나무 군락이 초록초록 푸르다. 어떤 나무엔 빨간 열매가 달려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초록, 그리고 빨간 열매, 도대체 자넨 어떤 초능력을 가졌니? 물어봐도 대답은 없다. 그런데 사철나무라는 이름은 어의적으로 맞지 않다. 나무 치고 사철나무 아닌 게 어디 있나. 사철 살아 있으면 다 사철나무 아닌가? 그러니 사철 푸른 나무라든지, ‘늘 푸른 나무라든지 뭐 그렇게 이름 붙여야 의미에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너 혼자 이름을 바꿀 수는 없지. 이미 언중에 굳어진 이름이니까, 하하.

가락몰도서관에 도착했다. 4층이었다. 그런데 월요일 휴일. 하하. 간판을 보니 공공도서관이다. 사립인줄 알았는데 그럼 운영주체가 어딜까? 물어볼 곳이 없다. 시설은 작은 도서관 수준을 훨씬 초월한 듯, 내일이든 모래든 다시 와 알아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오늘의 무전여행, 이정도로 너의 아지트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윙윙윙 시내 한 바퀴, 아니 시내 반 바퀴, 왠 실버들이 저리 많을까? 열차 내 절반은 실버들이다. 추운데 어르신들이 집에 가만히 계시지 왜들 저렇게 극성맞게 돌아다닐까? 이해가 잘 안 가는 데, 너를 보니 이해가 잘 간다. 너도 영락없이 실버거든, 하하. 제 눈에 뭐는 안 보인다더니 그게 맞다. 너는 열차에서 소설을 썼다. 이글은 열차에서 메모한 것을 기초로 다듬은 것. 3시간을 여행한 후 돌아왔다. 돈가쓰를 사먹고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 글로벌 적용사례번역 작업을 했다. 2017.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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